“선거철에 수혈하듯 영입 후 소모품 취급…한국 청년정치 현실”

김찬호 기자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 대담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왼쪽)과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왼쪽)과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주간경향]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모른다. ‘대체 청년정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만드는 모순이다.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청년정치는 ‘청년 세대가 하는 정치’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보편적 화두다. 문제는 청년정치라는 말을 쓰는 사람마다 그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2020년에 제정된 청년기본법에는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한다. 이대로라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청년정치를 상징한다는 말은 틀린 것이 된다.

생물학적 나이를 토대로 한 규정이 납득이 안 된다면, 청년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 볼 수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환경, 젠더 등에 관심을 두는 정치를 청년정치라고 볼 수 있다. 이대로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어느 날 청년정치인이 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에 의무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역시 청년정치인이 된다. 이 역시 납득이 어렵다면 청년정치의 정의를 다시 바꿔야 한다. 결국, ‘청년정치’는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단어가 될 운명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는 잊을 만하면 ‘청년정치’ 바람이 분다. 기성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청년정치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청년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결국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을 누를 대안으로 청년정치를 소비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혁신 이미지를 만드는 데 청년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 ‘청년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기성정치에서 소비하는 청년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12월 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본사에서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을 만났다. 두 사람 모두 30대 정치인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남아 다음 총선을 대비하는 반면, 신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민의힘을 탈당해 창당을 선택했다. 같은 뿌리를 둔 청년정치인이면서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이 이들을 한자리로 부른 이유였다. 적어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한국 청년정치가 당면한 현실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이들에게 청년정치의 정의부터 기성정치의 문제까지 폭넓은 질문을 건넸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왼쪽)과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왼쪽)과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청년정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실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체 ‘청년정치’란 무엇인가. 실체가 있기는 한가.

신인규 위원장(이하 ‘신’) “청년이 정치를 한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아니다. 논리적으로 아무런 관련도 없다. 게다가 청년정치가 한국 정치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고 생각한다. 청년정치라는 말도 안 썼으면 좋겠다. 애초에 청년정치라는 말에는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 담겨 있다. 앞으로 정치는 수요자 중심으로 변모해야 한다. 정치를 청년이 하냐, 장년이 하냐가 아닌 수요자인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치를 규정하는 네이밍(이름 짓기)에서부터 공급자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김재섭 위원장(이하 ‘김’)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거 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청년들이 주류가 되는 정치가 필요한 것은 기성세대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변화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경이나 젠더, 보건 담론 등은 기성정치인들이 잘 다룰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 할당제나 취업 문제 등은 청년들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이다. 구조적으로 더 많이 고민하고 잘 알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정치에 참여해 기성정치가 담아내지 못한 문제를 정치 어젠다로 승화시킬 수 있다. 다만 청년정치가 보살핌이나 특혜의 대명사가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른바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어포머티브 액션) 논란이 있지 않나. 이 전 대표가 어떤 어드밴티지를 받고 당 대표가 됐었나. 우리 모두 더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정치를 하고 있다. 대구의 절반 정도를 청년한테 할당한다고 하면 모를까. 단순히 청년 할당을 시혜처럼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한두 명씩 수혈하듯 영입하면서 청년 할당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악순환만 만든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당협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당협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청년들이 주류가 되는 정치가 필요한 것은 사회변화 때문이다. 이들이 기성정치가 담아내지 못한 문제를 정치 어젠다로 승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선거철 수혈하듯 영입해 ‘청년 할당’이라 하는 것은 악순환만 만든다.”

- - 김재섭 위원장

-악순환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구조적 한계다. 국민의힘에 젊은 정치인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험지라고 불리는 수도권이나 호남 등을 지역구로 삼고 있다. 어떤 바람이 불든 당선되는 영남을 지역구로 한 주류와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21대 총선에서 크게 패배하면서 원내에서 당권을 잡고 주류가 된 것은 영남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이다. 원외에서 아무리 당을 향해 개혁 목소리를 내도 이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불편하면 배제된다. 이로 인해 악순환이 시작된다. 선거를 앞두고 판세가 불리하면 원외의 목소리를 조금씩 듣는 척을 한다. 그런데 정작 실제 공천은 영남 주류의 뜻대로 한다. 개혁이라며 청년을 포함한 외부 인사를 몇몇 영입하지만, 이들이 살아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선될 만한 자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팔을 도려내며 남에게 좋은 자리를 주는 사례는 없다. 결국, 선거는 진다. 그러면 또 원내에 남는 것은 이들 영남 주류 세력들뿐이다. 이들만 기득권을 계속해서 누리는 악순환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전형적인 액세서리, 소모품 정치다. 이런 악순환, 구태는 그만해야 한다. 내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것 역시 당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당의 주류도 바뀌면서 자연히 해결될 것이란 믿음은 헛된 기대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자연히 권력의 주류가 바뀌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 당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만들자는 투쟁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안에서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기득권은 국민의힘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정치인들이 자주 이합집산을 하다 보니 정당 간 구분조차 잘 안 되는 실정인데….

“한국 정치가 철학이나 비전, 가치가 아닌 이해관계 중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어떤 사람에게 줄을 서야 내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냐를 중심으로 갈라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양대 정당을 넘나드는 인물들까지 탄생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색이 다르지 않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비극이다. 당장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기고, 이상민 의원도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 입당을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나. 진영을 넘나드는 것이 조금이라도 어색하고 불편한 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색조차 없다. 이념, 가치, 비전 없이 오직 이해만 남은 정치는 지속력을 가질 수 없다. 다음 시대를 대비할 어젠다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부터 불가능하다.”

“이해관계에 따라서 정치인들이 왔다 갔다 한다는 건 정치를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시작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다만 양대 정당이 구분이 잘 안 되는 것은 보수정당의 정책적 문제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국민의힘이 내놓는 담론을 보면 거의 민주당에 끌려가는 것이 많다. 환경, 젠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보수 철학 위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내놓은 정치 어젠다에 휩쓸리는 식이다. 젠더 문제만 봐도 그렇다. 이 전 대표가 나타나기 전까지 국민의힘은 스스로 ‘페미니즘’보다 ‘이퀄리즘’에 가깝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회용 빨대냐, 종이 빨대냐를 두고 민주당과 맞붙기보다 그냥 휩쓸려 갔다. 결과적으로 종이 빨대가 탄소 배출이 더 많다.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담론도 없이 민주당의 중간지점에서 말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이 생긴다. 상대 당에 끌려다니다 보면 경계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신 “이 부분은 여야 공히 문제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본소득이 자신의 신념인 것처럼 말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불리해지니 바로 폐기 처분해 버리지 않았나.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당 사무총장을 할 때 사교육 문제가 불거졌었다. 그때 이 의원이 ‘초과수익은 사회악’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게 어떻게 보수의 철학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나.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국 소신과 비전이 결여된 상태에서 시류에 맞춘 정치를 하다 보니 서로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출신 지역이 호남이면 민주당, 영남이면 국민의힘 하는 식으로 나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기성 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특히 청년정치인으로서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가장 큰 이유는 대중, 대북, 대러 등의 관계 문제 때문이다. 그들에게 유화정책을 펴거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설정을 추진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국민의힘에 합류한 근본적 이유도 이러한 부분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는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나 결혼, 젠더문제 등에 있어서 기성 보수 정치와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보수와 진보를 가치 측면에서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진보라고 해서 안보를 말하지 않는 게 아니다. 보수라고 해서 기후, 젠더 등을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둘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다. 보수는 성악설에 기반하는 반면, 진보는 성선설에 기반하는 식이다. 인간이 이기적이고 본능적으로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면 제도를 촘촘하게 만든다. 반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면 상대적으로 제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개혁 측면으로도 이어진다. 보수는 이미 촘촘하게 만든 제도를 바꾸는 데 소극적인 반면, 진보는 급진적 변화를 시도한다. 나와는 보수의 가치관, 성향이 더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한국 정치가 변하지 않는 것은 뛰어난 젊은 정치인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사람을 액세서리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해서 정말 나라가 좋아졌나’ 하는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

- - 신인규 위원장

-보수를 표방한 청년정치인들은 ‘블루오션’을 찾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를 시작할 당시 부동산값 폭등으로 대표되는 집권 세력의 무능을 목도하던 시점이었다. 민주당은 선택지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어느 쪽이 변화의 여지가 더 많은가가 중요했다. 당시 보수 정당은 탄핵 여파로 폐허 상태였다. 이로 인해 기득권이 붕괴돼 있었다. 변화의 공간이 충분히 생겨나 있었단 뜻이다. 반면,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은 학생운동 중심의 이너서클(Inner Circle)이 너무나 공고했다. 정당 내부의 기득권을 깨는 것이 어렵겠다고 봤다. 실제로 이익중심으로 모이는 보수가 반기득권 입장에선 더욱 유리한 지형이 맞다. 변화의 가능성과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이란 말엔 동의하기 어렵다. 2019년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보수 정당은 망해가는 회사였다. 반면 민주당은 굉장히 잘 나가는 회사였다. 오히려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는 진보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현시점에서야 국민의힘 내에 1980년대 이후 생들도 많고, 활발히 활동도 하고 있지만 정치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진보·민주당 계열의 청년정치와는 무엇이 다르다고 보나.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며 수권 정당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는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했다고 본다. 후진 양성 역시 기성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기득권화된 상태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탄핵 과정을 거치며 국민의힘 내 주류들이 한 차례 붕괴된 역사가 있다. 또 코로나19 확산 등을 겪으며 기존 정치 문법이 많이 깨졌다. 이를 틈 타 이준석이라는 나름 준비된 청년정치인이 부상했고, 그 뒤를 이어갈 새로운 인물들이 자리 잡을 공간은 점차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변동을 3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왔다. 보수 계열이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었고, 진보 계열이 민주화 시대를 주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화의 시대였던 지난 30년을 뛰어넘어 곧바로 미래담론 시대로 전환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생들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새로운 미래담론 시대는 개인 간 이해관계가 다원화되는 시대이자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지식 능력)가 중요한 시대다. 이를 일심단결, 획일화를 강조하는 386 민주화 세대가 따라갈 수가 없다. 민주당 청년 세대가 부각되지 못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조직문화가 강하고, 인간의 욕망을 ‘정치적 올바름’으로 억누르는 분위기 속에서 미래담론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과거 산업화 시대 유산을 이어받아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보수 쪽이 시대를 주도하기에 더욱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쪽 청년정치가 민주당에 비해 부각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1월 11일 이른바 국민의힘 ‘천아용인’과 회동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허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 모여 창당 관련 ‘작전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1월 11일 이른바 국민의힘 ‘천아용인’과 회동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허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 모여 창당 관련 ‘작전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그런데 국민의힘 청년정치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을 나가려고 한다. 국민의힘 청년정치도 한계상황에 다다른 건 아닌가.

“이 전 대표가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당을 나온 이후로 사적인 연락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국민의힘 탈당을 결심한 것은 그곳에서 개혁이나 정치적 꿈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0.001%라도 있었다면 탈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하나는 이 전 대표의 축출 과정이다. 선출직 당대표를 몰아내며 당헌을 바꿨다. 또 다른 하나는 전당대회 때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지목한 김기현 대표를 옹립하기 위해 경쟁 후보들을 주저앉히고, 이번에는 당심 100%로 선거룰을 바꿨다. 한국 정치가 변하지 않는 것은 뛰어난 젊은 정치인들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사람을 액세서리, 소모품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에 있다. 국민의힘이 변할 가능성은 없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떠난다면 선거라는 측면에선 당연히 안 좋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사람들이 제3세력을 만드는 것인데 총선에서 지지가 분산되지 않겠나. 다만, 한국 정치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양당을 견제할 메기 역할을 할 당이 나올 수 있다면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추진한다고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 신당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 이른바 ‘잘하기 경쟁’을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신당의 힘이 빠질 거다.”

-같은 보수 정당에서 이준석 대표와 함께했다. 이준석 전 대표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나.

“가고자 하는 길이 이 전 대표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함께 국민의힘에서 나가자고 제안도 했다. 기득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는데 그때는 그가 거절했다. 요즘 행보를 보면, 이 전 대표가 청년정치인으로서 받았던 기대가 조금 무거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의 이준석처럼 명확하게 무엇을 하겠다고 밝히질 못하지 않나. 지금까지 나온 것이 ‘토론을 많이 하겠다’는 수준이다. 정치에서 토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토론 이후 어떤 합의를 이루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없다. 말만 남는 토론은 공허하다. 당 대변인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는 ‘나는 국대다’ 때도 유사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입구는 열었지만, 정작 일할 환경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문제를 발굴해내는 것까지는 탁월하지만 정작 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수립에는 기여했지만, 그에 대한 지금 평가가 어떤가.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도 마찬가지다. 당을 같이 하려면 적어도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이 같아야 한다. 너랑 내가 생각이 80% 정도 같다고 함께 당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야합’이다. 원칙 없이 싸움을 시작하면 조금만 삐끗하면 권력투쟁이 된다. 이 전 대표가 조금 더 신중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아직까지 이 전 대표가 뭘 하는지 모르겠고, 신당 창당도 불확실하다. 나는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당의 입장을 대변했고, 지역구까지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에게 한 약속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명분이 있다면 몰라도 지금으로선 국민의힘 당적으로 출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 전 대표가 이슈를 발굴하고, 선점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 만한 전문가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해서 정말 나라가 좋아졌나’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얼마나 많은 분이 이에 동의하실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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