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튀니지, 경제난에 “대통령 독재도 상관없다”

박효재 기자

‘사이에드에 전권 부여’ 개헌안

국민투표율 27.5% 그쳤지만

압도적 지지로 사실상 통과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에게 거의 전권을 부여하는 개헌안이 국민투표 결과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사실상 통과됐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유일하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튀니지가 독재로 회귀하는 셈이다. 기존 집권세력의 경제난 대처 실패에 성난 여론이 사이에드 대통령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튀니지 국영통신 TAP에 따르면 튀니지 여론조사 기관인 시그마 콘세일 연구소는 이날 실시된 국민투표 출구조사 결과 개헌안 찬성 비율이 92~93%에 달한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27.5%에 그쳤으나 개헌안 통과를 위한 최소 국민투표율 기준은 없다.

‘새 공화국 헌법’으로 불리는 개헌안 가결이 확정되면 사이에드 대통령은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 임명권,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은 물론 군통수권을 부여하며,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는 의회 신임 투표도 받지 않는다. 또 현재 임기 5년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 임기도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대통령이 임의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해 총리 사퇴 및 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튀니지 전역에서 일어나자 그해 7월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를 해산하는 등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에는 대통령령으로 통치해왔다.

개헌안에 대한 높은 지지의 배경으로는 오랜 경제난이 꼽힌다. 시그마 콘세일 연구소는 이날 찬성표는 대부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중산층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랍의 봄 이후로도 튀니지의 경제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튀니지 정부는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너진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독재정권에서 물려받은 외채를 갚는 데 바빴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1년과 2020년 사이 튀니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8%에 그쳤는데, 2020년 경제성장률이 -9.3%를 기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성장률은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의 기저효과로 2.5% 성장이 예상되지만 실업률이 16.8%에 이른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무려 38.5%까지 치솟았다.

다만 낮은 투표율은 의회 해산 이후 1년 사이에 사이에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약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투표율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 중에서 가장 저조한 투표율이다.

사이에드 대통령에 의해 지난해 해산된 의회의 제1당이었던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는 낮은 투표율을 들어 “사이에드 대통령은 쿠데타에 대한 지지율 확보전에서 참패했다.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향후 사이에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지원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IMF는 연료·식료품 보조금 삭감 등 정부 지원 축소 조건으로 40억달러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튀니지의 각 부문 산별 노조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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