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더 강해진 EU ‘탄소국경세’…준비 안 된 국내 기업 속 탄다

박상영 기자

잠정 합의안서 철강 등 5개 기존 품목에 ‘수소’ 새로 추가

배출 범위도 ‘간접배출’로 확대…내년 10월부터 시범 적용

국내 중소·중견 기업 대응 미흡…본격 시행 땐 피해 ‘눈덩이’

유럽연합(EU)의 일명 ‘탄소국경세’ 시범 실시가 내년으로 다가왔지만 해당 기업들은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에 따라 추가로 비용이 부과 되면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수출 중소·중견 기업에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EU 탄소국경세 적용 품목 늘어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안에 12일(현지시간) 잠정 합의했다. 당초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10월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품목에만 탄소국경제도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럽의회가 대상 품목 확대를 주장하면서 기존 품목에 수소가 추가됐다.

탄소배출 범위도 확대됐다. 초안에는 ‘상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직접 배출만 포함했지만 유럽의회가 ‘상품 생산에 사용된 전기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하는 간접 배출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해 일부 간접 배출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잠정 합의안은 EU 각료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 신설 이후 이르면 2026년 부터탄소국경조정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EU 수입업자는 한국산 제품에 포함된 탄소량만큼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구체적 인증서 가격은 EU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연동돼 결정될 예정이다. 예컨대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10만원이고 한국이 2만원이면 수입업자는 차액인 8만원어치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기업들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과 알루미늄의 EU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각각 43억달러와 5억달러였다. 일부 철강 대기업은 무상할당 혜택이 완전히 폐지될 경우, 연간 수천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중소·중견기업 피해 가늠 어려워

무엇보다 중소·중견 기업의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에 속하지 않아 정확한 탄소 배출량 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경기도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및 탄소국경세’ 교육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 단위였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달리, 탄소국경제도는 제품에 초점을 맞춘 점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제품 원료인 납사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모두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호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실장은 “대기업들은 제품별로 탄소 배출량이 얼마인지 산정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 기업은 어려울 수 있다”며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업종의 탄소 배출량 산정 기초 정보를 보다 상세히 중소·중견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별 탄소발자국 산정에 필요한 정보, 개별 기업이 파악하기 어려운 원유, 금속이나 전기, 용수 등 탄소 배출량 산정 기초 정보 확충 필요성도 제기된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가 현실화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정부 대응 현황 점검과 우리 기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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