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임단협 투표 때 반대 찍으면 보복” 50대 노조원 자살

김재중·순천 | 나영석 기자

“사측의 엄포·노동탄압” 유서

KT에 다니는 50대 노동자가 KT노동조합 단체교섭안 투표 때마다 ‘사측의 엄포와 노동탄압이 있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사측이 노조활동에 관여하고 압박한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KT 전남본부 소속 김모씨(53)는 지난 16일 순천시 팔마체육관 옆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차량 안에서는 유서와 함께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순천경찰서 관계자는 18일 “지난 13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일산화탄소에 의한 중독사”라고 밝혔다.

김씨는 A4용지에 ‘찬성’에 기표한 2013년 단체협약 찬반투표용지 사진을 담고 그 아래에 자필로 글을 남겼다. 김씨는 “단체교섭 찬반투표 후 검표가 두려워서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면서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고 적었다. 김씨는 “2010년, 2011년 투표 전(특별기동팀장 ○○○) 개인 면담 시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로(라고) 엄포를(검토하면 다 나온다)”이라고 밝혔다. ‘알아서 찍으라. 검토하면 다 나온다’는 식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2013년도 항상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팀장은 직원들 모인 자리(회식 등 조회석상)에서 똑바로 해라 하면서 엄포를 놓는다. 뭐든 강압적이다”면서 “이런 현실 속에서 KT 조합원이 주권(소중한 한 표)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라고 적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어떻게 보면 죽음으로 양심선언을 한 것인데, 노조활동에 대한 개입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상당히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부당노동행위가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KT 조합원 200여명의 모임인 ‘KT전국민주동지회’는 18일 밤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소식지 긴급 호외를 통해 김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KT노조가 임단협안 찬반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해 조작하고, 찬성률이 낮은 지부에는 경위를 보고토록 했다고 증언한 조합원들의 녹취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KT 전남본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부채 때문에 고민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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