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반대한다”…어른들 등쌀에 폐기 위기 놓인 ‘부산 학생인권조례안’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회원들이 지난해 10월26일 부산시 부산진구에 있는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제공

부산시의회에서 발의된 학생인권 조례안이 일부 교원·종교·학부모 단체들의 반대로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이들 단체는 조례안에 명시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동성애와 성전환 등을 옹호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단체 회원들은 조례안 통과를 막기 위해 이 안건을 발의한 시의원을 상대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 전화’를 넣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순영 부산시의원(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통화에서 “학생인권 조례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해당 조례안만을 위한 원포인트 교육위 임시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3월15일부터 9일간 열리는 다음 임시회 때 상정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4일 ‘부산시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학교 설립자, 경영자, 교장, 교직원, 보호자, 학생이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모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비슷한 내용의 조례는 이미 서울,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이다.

조례안을 놓고 부산지역 단체들은 찬반으로 갈렸다. 부산시 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부산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시민연합 소속 75개 단체는 지난달 17일 부산시청 앞에서 조례안 철회 시위를 열고 삭발식을 가졌다. 조순희 부산학부모연합회 회장은 조례안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두고 “동성애와 성전환을 옹호하는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자유) 등을 포함한다”며 “이 조례안은 학교용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등은 같은달 20일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임시회에서 학생인권조례안 심사를 보류하기로 했다. 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당일 “학생인권조례안은 학교 현장에서 교원 등 교육 당사자의 권리·의무와 연관돼 있고, 찬반 의견이 뚜렷하게 갈려서 다각적인 검토와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일부 종교단체 회원들은 이 의원 개인과 의원실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 전화를 넣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반대세력이 무서워 보류한 것은 아니며, 찬성하는 측에서도 조례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청소년 인권단체는 부산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한다.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가 지난해 3~10월 취합한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아직도 ‘교내 연애 적발시 벌금 5000원을 내야 한다’는 규칙을 가진 학교가 있다. 가방이나 스타킹 색깔을 검은색으로 제한하거나 남학생 무용수업 배제, 앞머리 길이 제한 등의 사례도 수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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