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반쪽 먹통’ 서울지하철 안내판, 왜?

김원진 기자

1·3·4호선 70개역에 설치된

정보안내시스템 민간 운영사

계약료 미납 이유로 표출 중단

재난 상황서 대피법 안내 못해

서울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 설치된 열차정보안내시스템. 열차 위치를 안내해주는 왼쪽 화면만 운영 중이다. 김원진 기자

서울지하철 4호선 승강장에 설치된 열차정보안내시스템. 열차 위치를 안내해주는 왼쪽 화면만 운영 중이다. 김원진 기자

침수·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대피·안내 영상이 나와야 할 서울지하철 승강장·통로의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이 5년째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을 설치한 민자사업자의 계약료 미납 등으로 법적 분쟁이 계속되면서 사용이 중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교통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1호선(10개역), 3호선(34개역), 4호선(26개역)의 승강장·통로 등에 설치된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은 ‘반쪽’만 작동하고 있다. 주요 역마다 7~12개씩 배치된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은 서울지하철 승강장 천장, 통로에 두 개의 분할된 화면으로 구비됐다.

현재 한쪽 화면만 열차의 위치와 도착시간을 안내하는 데 쓰인다. 영상이 나와야 할 다른 한쪽은 ‘표출 중단’ 문구가 5년째 붙어 있다.

1·3·4호선 승강장·통로에 있는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은 현재 서울교통공사 소유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정보공개청구 회신에서 “서울교통공사 자산이 아닌 민간업체 자산으로 현재 소송 중에 있어 공사가 임의로 운영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07년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을 LCD 방식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민자사업으로 사업 방식은 BOT(Build-Operate-Transfer)였다. 민자사업자가 시설물을 설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시설물의 소유권을 서울교통공사에 넘기는 방식이다.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A사와 22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A사는 열차정보안내시스템에서 나오는 광고수익으로 돈을 벌고, 광고수익의 일부인 220억원은 계약기간 동안 서울교통공사에 분납하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2008년 10월~2023년 10월이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은 서울교통공사 소유가 될 예정이었다.

A사가 자본잠식 등으로 계약금 분납을 멈추면서 문제가 됐다. 지난해 6월 ‘서울시 지하철 분야 출자 동의안 심사보고’를 보면, A사는 2014~2017년 분납해야 할 40억원가량을 서울교통공사에 내지 못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5월 A사를 상대로 계약해지 소송을 냈다. 이때부터 1·3·4호선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은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공익 목적을 인정해 열차정보안내시스템 중 절반은 사용하도록 했다.

대신 서울교통공사는 계약만료 때까지 월 사용료 수천만원을 A사의 체납액에서 차감한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로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지하철 내 대피 방법 등을 안내할 영상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사용할 수 있는 한쪽 화면에서 문자로 대피요령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철도시설 성능평가 결과(2018년 12월) 서울지하철 1~8호선 열차정보안내시스템이 C~D(미흡) 등급을 받아 193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계량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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