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 지키는 동교동 인사들

최우규기자

“다시 태어나도 다시 모시고 싶은 분”

권노갑·한광옥·한화갑·김옥두 전 의원(오른쪽부터)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지난 18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강윤중기자

권노갑·한광옥·한화갑·김옥두 전 의원(오른쪽부터)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지난 18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강윤중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키는 동교동계 인사들에게는 회한과 추억만 남았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악화한 지난 9일부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꼬박 병석을 지켰다. 권노갑·한화갑·한광옥·김옥두 전 의원과 박지원 의원 등은 유족과 18일 임종을 지켜봤다. 이들은 당시 김 전 대통령에게 “여기 일은 다 맡기시고 편히 가시라” “사랑한다”고 고별했다. 이후 3, 4명씩 짝을 지어 빈소에서 상주로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1963년 김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시작으로 김 전 대통령의 곁을 한번도 떠나지 않은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애석함은 누구보다 짙다. 그는 평소 “내가 죽으면 비석에 ‘김대중 선생 비서실장’이라고 새겨주면 영광”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권 전 고문은 이날 빈소에서 이해동 목사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남북정상회담, 노벨상 수상식 때에도 함께 못갔다”고 아쉬워했다. 김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겠다며 공직을 맡지 않았고, 이후 당에서 ‘비리 인사’로 지목돼 음지를 맴돌아야 했다. 그럼에도 권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을 모신 것에는 한이 없다. 다시 태어나서 다시 모시라면 당연히 모시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말투, 몸짓과 비슷하다고 해서 ‘리틀 DJ’로 불린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 “평생 소망했던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발전과 민족통일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을 보셨으면 하는 애석함이 있다”며 “인내와 지구력을 말할 때 세계 일등도 몇 번 하셨을 분이라고 우리들이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도 “어떤 형용사를 써도 애도를 표현하기에 부족하다”며 비통해했다. 김옥두 새천년민주당 전 사무총장도 꼬박 빈소를 지키고 있다.

남궁진·이훈평·최재승·윤철상·배기운·설훈 전 의원도 유족을 위로하고 조문객을 맞느라 바빴다. 이훈평 전 의원은 “열흘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한동안 공황상태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배기운 전 의원도 “영정을 보니까 저분이 저승에 가셨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고 했다.

동교동 출신은 아니지만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미국 한인회총연합회장 시절 망명 중이던 김 전 대통령과 만나 30년 넘게 ‘영원한 DJ맨’으로 불리며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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